뉴욕과 뉴저지 그리고 커네티컷 교협이 공동으로 “이민자 보호 교회 네트워크 및 심포지엄”를 4월 6일(목)부터 2일간 후러싱제일교회(김정호 목사)에서 열렸다. ‘이민자 보호 교회(Sanctuary Church)’는 트럼프 행정명령으로 추방의 두려움에 떨고 있는 서류 미비자들에게 “교회가 여러분의 피신처가 되겠습니다!”라며 시작한 운동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드러난 가장 큰 특징은 사회적이며 지역적인 이슈에 한인교회들이 적극적으로 앞장서 참가한 것에 대한 감사와 그동안 무관심했던 것에 대한 불만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심포지엄을 시작하며 ‘이민자 보호 교회’에 동참하겠다는 교회들이 뉴욕을 중심으로 90개에 달해 큰 기대를 걸었다. 이번 심포지엄의 주요대상이 ‘이민자 보호 교회’를 하겠다는 교회의 목회자와 관계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멘넷 기사에 달린 댓글처럼 목회자들의 참여가 부족했다. 특히 2일차에는 주최측 외에는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참가자들의 사회적 참여가 부족한 한인교회에 대한 불만의 발언이 있자 뉴욕교협 회장 김홍석 목사는 긴급 발언을 통해 한인교회들의 어려운 실상에 대해 이해를 구했다. 75%의 한인교회들이 존재하기도 힘든 상황이며, 80% 한인교회가 자신의 건물이 없다고 소개했다. 그런 가운데 교회들의 재정지원으로 운영되는 교협과 목사회가 마음과는 달리 그렇게 하지 못한 것에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이해를 구했다. 또 이번 이민자 보호 교회에 대해 많은 교회들이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밝힌 것은 긍정적이며, 이민자 보호 교회가 선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감당해 보겠다고 하자 이번 심포지엄에서 가장 긴 박수가 이어졌다. 기대의 박수였고 부탁의 박수였다.
김홍석 회장이 말한 것은 설득력이 있다. 상당히 많은 교회들이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린 여유가 없을 정도로 생존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성경의 말씀이기도 하지만, 한인 이민자들의 유입이 중단된 상태에서 전도대상자들이 있는 한인사회에 한인교회들은 대사회적인 이미지 제고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재정이 어렵고 규모가 작은 교회라도 선교를 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시대적인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려고 하는 이민자 보호 교회 취지에 대해 반대하는 교회는 없을 것이다. 물론 사회적 참여에 대한 교단적인 시각의 차이 그리고 미국의 정치적인 상황에 따른 다른 시각 때문에 비협조와 무관심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은 다 감내하고 극복해야 할 내용이라고 호소한 한종은 목사의 논찬 발언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번 심포지엄은 참여도에서는 부족했지만 그 내용과 진행에 있어서는 뉴욕교계에서 쉽게 보지 못한 수준이었다. 문제는 지도자들이다. ‘이민자 보호 교회’에 가슴이 뛰는 지도자들이 낙심하지 않고 중단 없이 계속 운동을 펼쳐 나간다면 운동에 동참하는 교회의 수는 더욱 많아 질 것이다. 누구를 탓하기 보다 관련 지도자들의 비전과 열정이 무엇보다 필요한 운동이다. 그렇다면 ‘이민자 보호 교회’라는 사랑실천운동은 종교개혁 500주년에 가장 기억에 남으며 영향력을 끼친 운동으로 기억될 것이다.
개회예배에서 뉴욕교협 회장 김홍석 목사는 누가복음 10:36을 본문으로 “누가 선한 사마리아인인가?”라는 제목을 통해 “말로만 또는 생각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까지 할 수 있어야 선한 이웃이 될 수 있다”라고 설교했다. 폐회예배에서 뉴저지교협 회장 김종국 목사도 누가복음 10:25-37을 본문으로 “너도 이와 같이 하라”라는 제목의 말씀을 통해 “우리의 주변에 우리를 필요로 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 말과 혀로만 살아가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이들을 대해야 한다. 이민자 보호 교회는 우리의 시작점이다. 이것을 계기로 다시 일어나 꿈과 희망과 비전을 주는 교회들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포지엄 2일은 시민참여센터 김동찬 대표가 “트럼프 시대와 한인 커뮤니티”라는 제목으로 3번째 기조발제를 했다. 이용보 목사(뉴욕한인교회)의 사회로 진행된 발제에서 허윤준 목사(뉴욕새생명장로교회)가 기도했으며, 김원재 목사(한울림교회)가 논찬을 했다. 또 김동찬 대표와 함께 최영수 변호사와 남수경 변호사가 질문을 받았다.
김동찬 대표는 발제를 통해 트럼프의 차별적이며 문제되는 정책을 소개하며 “1964년 린덴 존슨 대통령의 민권선언의 ‘관용과 평등에 기초한 미국의 가치’에 반대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공화당은 상하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트럼프와 노선을 같이하는 의원을 찾기 힘들며, 다수당임에도 당과 행정부가 협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에는 역사상 가장 많은 자리가 비어있는데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사상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김동찬 대표는 “트럼프의 최순실”로 회자되며 프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영향력을 행사하는 스티브 베넌은 백인 우월주의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극우파와는 다른 ‘대안 우파(Alt right)’ 사상을 가지고 있는데 워싱톤포스트 등 몇몇 주요 언론들은 대안우파 옆에 괄호를 치고 ‘네오나치(Neo-Nazi)’라는 단어를 병기하고 있을 정도로 문제가 되는 사상이라고 소개했다. 대안 우파를 파시즘이라고 보는 것은 수적으로 우세한 집단이 자신의 정체성과 구별되는 소수계와 약자들을 베척하기 때문이라며, 반이민 행정명령안은 서류미비 이민자들에 대한 법집행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소수계를 위축시키고 공포에 빠지게 하는 인종주의를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동찬 대표는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던지며 가장 필요한 것은 미래를 연구하고 준비하는 전략적인 단체를 육성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차세대에 관심을 가져 교육시키고 조직화시키며, 유권자 등록과 투표를 각각 80% 이상하고, 지역 정치인들과 유대를 강화하고, 타 커뮤니티와 연대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경제 공동체를 강화하고 한인사회 직능단체들이 친목조직에서 생존을 위한 조직으로 전문화해야 하며, 지역내 전략적인 활동을 하는 단체들과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두 장의 사진을 비교하여 충격을 주었다. 미주류사회는 유람선이라면 미주 한인들은 뗏목을 타고 가는 격인데, 뗏목을 타고가면서 한인 지도자들이 멀리 암초를 내다보는 것이 아니라 뗏목 아래에 있는 고기에 정신이 팔려 낚시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얼굴 사진을 낼 수 없는 것은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는 홍길동의 마음.
이어 서류 미비자이면서 한인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는 전도사는 증언을 통해 자신의 어려운 점을 간증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 문제가 크게 이슈화 됨에 따라 오히려 서류 미비자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문제를 인지한 사람들과 교회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비록 지금 걸어가는 이 길이 어둡고 그 희망이 없는 것 같지만 저는 그 자리를 지켜냈고 버텨냈다. 그런데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깝다는 말처럼 예수님이 죽음을 이기시고 새벽에 희망 없는 자리에 부활의 소망으로 오신 것처럼 우리교회들은 가장 어려울 때 오히려 담대해지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저와 같은 서류 미비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비록 서류미비 상황에 있을지라도 그 상황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고 또 교회와 협력하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간다면 우리가 처한 상황이 아무리 절망적이라도 그 안에서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특별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희망했다.
이민자 보호 교회 네트워크 및 심포지엄은 끝났지만 이민자 보호 교회 운동이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막 시작을 알린 것이다. 한인교회들의 관심과 지원 그리고 이민자 보호 교회 운동을 펼치는 지도자들의 끓임 없는 도전과 헌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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