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 원
사순절을 뜻하는 Lent는 앵글로 색슨 족의 언어의 ‘봄‘을 의미하는 Lang에서 유래했으며 독일어 Lenz와 같은 명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40일간의 기념일‘이라는 뜻의 희랍어인 ‘테살코스테‘를 따라 사순절로 번역했다. 이 절기는 부활절을 위한 신앙의 성장과 참회를 통한 영적 준비의 시기이며 교회력 중에서 주님의 수난과 죽음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때이다. 이 절기는 AD 325년 니케아 총회(council of Nicea) 부터 시작되었는데 특별한 참회일인 속죄일(Ash Wednesday)에서 시작되어 주일을 제외한 40일간의 제기(劑期) 즉 부활절 전 6주간으로 거룩한 금요일의 슬픔과 비극 가운데 끝난다.
그러나 교회 역사 속에는 40일이 아닌 기간 동안 사순절의 의미를 갖는 절기가 지켜지는 경우도 많았다. 과거 동로마 교회에서는 부활절 준비 기간으로 7주를 지키되 토요일은 제외하고 일요일도 그리스도께서 예루살렘에 왕으로 입성하신 ‘성 주일‘만을 포함해 36일을 이 기간으로 지켰었다. 서로마 교회도 6주간을 지키되 주일을 제외한 36일을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을 기념하는 기간으로 정했다. 이런 관습은 니케아 회의 후에도 계속되어 얼마 동안은 오늘날과 같은 40일간의 절기로 지켜지지 않았다. 그후 7세기 무렵 서로마 교회가 재의 수요일부터 사순절의 첫 주일까지의 4일을 포함하면서부터 오늘날과 동일한 40일간의 사순절을 철저히 지키게 되었다.
2. 시 기
올해의 사순절의 시작은 2월 13일 수요일부터이다. 사순절은 언제나 수요일부터 시작되는데 이 수요일을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 즉 ‘속죄일‘ ‘성회 수요일‘이라고 부른다. 성경에서는 재(Ash)를 슬픔과 죄에 대한 회개를 상징한다. 전년도 종려 주일에 사용한 종려 가지를 태워서 재로 만들어 두었다가 이 재(Ash)를 수요일에 신자들의 이마에 감람나무의 재나 숯덩이로 십자가를 그었다. 이 날부터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부활절까지 참회가 계속된다. 이 기간 동안 금식하며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으며 40이라는 숫자는 여러 가지의 의미가 있다. 40년 간의 광야 교회의 생활, 예수님의 공생애를 위한 광야의 40일간의 금식, 시내산의 모세의 40일 금식과 십계명, 무덤 속에서 40시간을 계신 예수님, 부활에서 승천까지 주님의 사역기간, 등을 의미한다. 유대인들이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서 금식으로 준비했다.
3. 유 래
초대교회 성도들은 그리스도의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찢기신 살과 흘리신 피를 기념하는 성만찬을 준비하면서 주님이 겪은 수난에 동참한다는 의미를 가진 금식을 행하던 것으로부터 유래되었다. 유대인들은 유월절을 준비하기 위해 유월절 전에 금식을 행했는데, 초대 교회 성도들도 신앙의 성장과 회개를 통한 영적 준비라는 차원에서 구약의 유월절 만찬을 새롭게 해석하여, 주님께서 제공하신 성찬식에 앞서 금식을 행했던 것이다. 40일 동안 금식하였으며 사순절 기간 하루 한 끼, 또는 저녁 식사만 허락하되 육식은 물론 생선 정도의 육식까지도 금하였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기 위하여 새 생명의 탄생을 연상케 하는 달걀이나 우유 등의 음식까지도 규제할 정도로 매우 엄격하게 지켰다고 한다. 그러나 9세기 이후 금식 규정이 완화되기 시작하여 15세기에 와서는 식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습이 되었으나 의식적인 금식보다는 성령의 열매인 절제와 경건의 훈련을 통한 내적인 자기 정화를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접근하여 그리스도의 삶을 맛보며 주님을 본받는데 부적합한 집착들을 제거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를 진정으로 따르는 성도라면 그리스도께서 취하신 외형적인 형식만을 닮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 이면에 숨겨진 내면적인 의미를 맛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사순절이 끝나는 부활절에는 새로 영접한 성도들의 성례식이 있게 되는데, 세례 예비자들이 이 때 세례와 입교(入敎)를 받기 위하여 이들을 추천한 보증인들과 함께 두 주간의 준비 기간을 두고 금식과 기도로 죄의 회개와 신령한 훈련에 참여하는 기회로 삼기도 했다. 이때 부활절에 있을 세례식을 준비하는 세례 예비자들은 물론 이미 성도로 영접된 사람들 모두 금식과 기도 생활에 힘썼다. 사순절 행사로서의 금식은 수세기 동안 매우 엄격하게 지켜졌다. 사순절의 식사로는 저녁 전에 한 끼 식사만이 허용되었으며, 물고기와 고기 등의 육류는 물론 우유와 달걀로 만든 음식까지도 금지되었었다. 그러나 8세기 이후로 가면서 이 규정은 많이 완화되기 시작해 14세기에는 금식 기도 대신에 절식 기도가 행해졌으며 , 15세기에 와서는 정오에 식사하는 것이 일반적인 종교 관습이 되었고, 저녁 시간에도 간단한 식사인 콜레이션(collation)이 허용되었다. 그러나 사순절 기간 동안에 연극, 무용, 연애 소설 읽는 것과 같은 오락 행위는 여전히 금지되었으며, 화려한 옷을 입는 것, 좋은 음식을 먹는 것 등 호화 생활 등도 자제되었다. 대신 자선과 예배 참석, 기도 등이 권장되었다.
4. 관 습
1. 금식 기도
요즘 와서는 우리 개신 교회가 사순절을 지키는 것이 마치 로마 카톨릭의 의식인 것처럼 생각하는 이도 있는데 물론 역사적으로 동방교회는 7주 동안 금식하게 하였으며 서방교회는 6주 동안 금식하게 하여 의식화되어 내면의 깊은 뜻이 퇴색한 것은 인정하나 금식은 사순절의 가장 중요한 관습이었다. 시기와 장소에 따라 금식의 기간과 그 엄격성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구속 사역을 기리고 하늘 나라의 백성 됨을 감사하며 그 백성 된 자로서의 삶의 자세를 돌이키게 하는 금식 기도는 초대 교회 시대부터 행해졌었다. 오늘날 행해지는 금식 기도는 엄격했던 초기의 형태에서 많이 변형되어 절식(節食) 기도의 형태로 행해지고 있다. 작금 은혜를 사모하는 교회들이 신앙의 대 선배들이신 모세(출 24:18; 신 9:9; 10:10) 엘리야(왕상 19:8), 그리고 믿음의 주요 우리를 온전케 하시는 예수님(마 4:2; 눅 4:1-2)의 40일 금식에 대한 믿음의 자세로 이 기간 그리스도 예수님의 생애를 묵상하고 그의 고난의 의미를 살피며 남은 고난을 우리의 육체에 채워 가며 그의 죽으심을 선포하고 성도들의 신앙적인 자세를 가다듬고 절제와 단식을 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죄악을 발견하여 자백하고 사함 받는 기회로 삼아 은혜가 더욱 넘치는 기회로 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 이마에 십자가 그리기
종려나무를 태운 재 혹은 숯으로 이마에 십자가를 그리는 풍습은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Ash Wendnesday)에 행해지던 풍습이다. 이때 사용되는 재는 지난해 종려 주일에 사용했던 종려나무를 태워 만든 것으로 사람들은 그리스도를 대속의 죽음으로 이끌었던 인간의 죄에 대한 참회의 표시로 이마에 십자가를 그렸다. 이는 또한 아름다운 풀과 꽃이 잠깐 후면 마르고 시들 듯 세상의 모든 부귀와 영화도 잠시 잠깐 후면 사라지고, 한 줌의 흙에서 왔던 우리도 또 다시 흙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엄숙한 인생의 교훈을 담고 있다. 또한 언젠가는 하나님 앞에 서게 될 우리의 삶의 자세를 정비한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를 가지고 있다.
3. 구제와 자선
사순절에는 범죄한 인류를 위해 고난받으신 그리스도를 기억하는 의미에서 불우한 이웃을 위한 구제와 자선이 행해졌다. 특히 사순절에 행해지는 금식 기도를 통해 주님의 고난에의 동참, 불의한 자신에 대한 회개뿐만 아니라 불우한 이웃의 배고픔과 가난을 생각하기도 하였던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의 실천에 있음을 기억할 때,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그리스도의 대속적인 사랑을 본받아 이를 실천함은 성도의 마땅한 자세라 할 것이다. 한편 어떤 곳에서는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에 3일 정도의 ‘사육제‘(canival)가 거행되었었는데 이 사육제는 원래 ‘육이여‘(carni), ‘안녕‘(vale)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교적인 영향을 받은 이 축제의 기간 동안에는 금식하는 사순절과는 대조적으로 술과 고기를 먹었으며, 가장 행렬 등의 인간의 쾌락 본능을 자극하는 행사들이 행해졌으며 지금에 와서는 그것이 오히려 더 확산되어 수개월 동안 행해지는 유럽 국가들도 있다. 그러나 1517년 종교 개혁 이후 종교 개혁자들은 형식적이며 지나치게 많은 교회의 의식 절차들을 폐지했는데, 이때 사순절에 관계된 많은 의식들도 간소화 내지는 폐지되었다. 그러나 회개의 시기로 지켰던 중세 교회의 사상은 받아들여 공동기도문 중 사순절 기도문의 주제를 회개로 삼는 등, 계속해서 이 절기를 기념하고 있다.
4. 사순절 행사
그러면 교회들은 사순절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첫째, 예배를 경건하게 드릴 수 있도록 성결하게 몸과 마음을 준비를 해야 한다. 주일을 범하지 않을 것을 결심하고, 예배를 드릴 때마다 회개와 헌신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
둘째, 사순절은 자기 근신과 금식의 기간, 즉 영적 훈련의 기간으로 죄 자백에 주력하여야 한다. 예수님과 함께 고난과 죽음으로 향해 가는 순례의 기간이며 자기를 부인하고 스스로 죽는 것을 배우는 기간이다. 매일 시간을 정하여서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기도하여야 한다. 특별한 기간을 정해서 금식함으로서 자신을 절제하고, 자신을 죽이는 훈련을 한다. 오락을 금하고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으며 금식과 절제를 통하여 모아진 금액을 이웃을 위하여 사용하도록 한다.
셋째, 원래 사순절이 부활절 세례를 받기 위하여 자원자를 준비시키는 기간인 것을 감안하여 이 기간 동안 성경공부에 빠지지 말고 세례와 학습자는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또한 이 기간 동안에는 전도를 함으로 십자가의 구속의 의미를 친구들에게 전해야 한다. 그리고 온 가족이 모여 가정 예배를 드리고 이웃을 초청하여 음식을 나누는 일도 바람직하다.
1. 새벽기도회
2. 금식 기도회
3. 주일 시리즈 예배
사순절 절기 안에는 6번의 주일이 있다.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을 기념하는 사순절의 각 주일에는 단계와 특색이 있다.
첫째 주일은 예수께서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은 아들로서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 광야에서 40일간 금식하신 후 사단에게 시험받으셨음을 생각하며 지낸다(마 4:1-10).
둘째 주일은 사단의 시험을 이기시고 인류의 구원을 이루신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하며 예배를 드린다(마 4:11).
셋째 주일은 빛과 어둠의 대립 즉, 빛의 아들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와 어둠의 세력인 사단과의 대립을 중심으로 한 말씀(요 1:1-18)을 생각하며 예배를 드린다.
넷째 주일은 사순절 중간에 끼어 있어 ‘사순절 중절‘ 또는 ‘휴양 주일‘(休養週日)이라고 불린다. 이 주일은,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을 위한 고난과 사단과의 싸움 등을 다루는 사순절의 다른 주일과는 달리 떡 다섯 덩이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이신 것으로 말씀을 삼는다(마 14:13-21).
다섯째 주일은 고난 주일이라고도 하는데, 이 주일의 명칭은 주님이 자신에게 임할 고난을 제자들에게 예언하셨던 것에서 유래하였다. 이때는 가룟 유다에게 팔리어 고난받으셨던 주님에 대해 생각하며 예배를 드린다(마 20:18,19).
여섯째 주일, 즉 종려 주일(Palm Sunday)에는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예수님과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환영했던 군중들에 관계된 말씀을 본다(마 21:1-11).